<명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 BTS 슈가가 50억 기부한 이유와 ‘초진 대기 5년’의 현실… AI 시대 미래의 창조적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 BTS 슈가 50억 기부 이유,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 인터뷰, 소아정신과 초진 대기 5년 현실, 4세 고시와 7세 고시 문제점, AI 시대 창의적 인재 교육법을 소개하는 썸네일. |
최근 대한민국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이자 논란이 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영유아 학원 입학 레벨 테스트를 뜻하는 ‘4세 고시’, ‘7세 고시’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연산을 선행해야만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미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서글픈 초상화입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단타 매매로 일희일비하다 계좌를 망치는 투자자들처럼, 아이의 뇌 발달 단계를 무시한 채 지식만 밀어 넣는 ‘과속 선행 학습’은 결국 아이의 내면을 무너뜨리는 부실 공사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조선일보 주말 섹션 '아무튼, 주말'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소아정신과의 최고 권위자이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인 천근아 교수를 만났습니다. 지난 30년간 약 17만 명의 아이들을 진료해 온 그녀는 최근의 과열된 조기 교육 열풍을 두고 “영유아기의 뇌는 이를 버티지 못한다. 이는 아동학대에 가깝다”라며 준엄한 경고를 던졌습니다.
월드스타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민윤기)가 세브란스에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며 천 교수와 손을 잡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대학 병원 소아정신과 진료를 보려면 왜 ‘5년 대기’라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미래 AI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창조적 인재'의 본질과 올바른 자녀 교육법에 대해 3,500자 분량으로 깊이 있게 짚어봅니다.
1. 뇌 망치는 ‘4세 고시’… 인생을 부실 공사 하는 조기 교육의 덫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애는 조기 교육을 잘 따라오고 재밌어한다"며 안심하곤 합니다. 그러나 천근아 교수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이들이 무리한 지시를 따르는 것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부모를 사랑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맞춰주는 것일 뿐이라는 성찰입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DNA에 입력된 순서에 따라 발달합니다. 영유아기에 가장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곳은 감정과 정서, 사회성을 담당하는 '변연계(정서의 뇌)'입니다. 반면, 언어·수학·논리적 사고 등 추상적인 학습을 담당하는 '이성의 뇌(전두엽)'는 만 6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 정서의 뇌는 공부의 ‘문지기’
"부모와의 따뜻한 스킨십과 안정적인 관계를 통해 '정서의 뇌'가 충족되면, 비로소 '이성의 뇌'에 반짝 불이 켜집니다. 정서의 뇌는 이성의 뇌가 학습의 문을 열지 말지 결정하는 '문지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문지기가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로막고 있는데 억지로 지식만 밀어 넣으면, 그 그릇은 사춘기라는 혹독한 시기를 맞이했을 때 무참히 깨져버립니다."
실제로 과거 영어유치원 1세대로 자라난 이들이 이제 30대 성인이 되어 천 교수의 진료실을 찾는 부작용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자란 이들은 성취도는 높을지 몰라도 성인이 된 후 극심한 번아웃, 만성 불안, 완벽주의 강박증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어릴 때 빨리 채운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비슷하게 평준화되지만, 그 시기에 정서적으로 채우지 못한 결핍은 평생 동안 삶을 지배하는 상흔으로 남게 됩니다.
2. BTS 슈가(민윤기)가 세브란스에 50억 원을 기부하며 찾아온 이유
천근아 교수의 진료실에는 뜻밖의 귀한 손님이 찾아왔었습니다. 바로 글로벌 아티스트 BTS의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입니다.
슈가는 지인을 통해 천 교수에게 먼저 재능 기부와 후원 의사를 밝혀왔고, 연세의료원 전체를 통틀어 아티스트가 전한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이자 단일 질병 목적으로는 유례가 없는 총 50억 원의 거금을 기부했습니다. 이 전폭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소아청소년의 장기 치료를 위한 특화 치료센터인 ‘민윤기치료센터(MIND)’가 설립되어 운영 중입니다.
천 교수가 기억하는 슈가는 단순히 돈만 기부하는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첫 만남 당시 슈가는 천 교수가 집필한 무려 500쪽 분량의 두꺼운 자폐 교과서를 완벽하게 읽고 와서 전문가 수준의 날카롭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 천 교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 슈가의 음악과 뇌의 ‘아미그달라(편도체)’
평소 심리학과 철학에 관심이 깊어 심리상담 자격증까지 따고 싶어 했던 슈가는 자신의 개인 솔로 앨범에 **‘아미그달라(Amygdala)’**라는 곡을 싣기도 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아미그달라는 인간 뇌에서 **불안과 공포, 트라우마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뜻합니다.
소아청소년 시절 정서적 우울증을 겪었던 슈가는 음악을 활용한 정서 치료가 자폐나 정서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훨씬 더 치유의 문을 쉽게 열어준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창조적 예술로 승화시킨 슈가와, 아이들의 깨진 정서를 치료하는 천근아 교수의 만남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아름다운 안전판을 만들어냈습니다.
| 천근아 교수 |
3. ‘초진 대기만 5년’… 문전성시 소아정신과와 의료계의 잔인한 역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천근아 교수의 진료 분야와 경력을 확인하려면 천근아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를 참고하세요.
현재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기본 5년을 대기해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입니다. 천 교수는 병원장이라는 무거운 행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외래 진료를 단 한 시간도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시급한 아이들이 눈앞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통계는 더욱 심각합니다. 교육열이 가장 치열하다는 서울 강남 3구 거주 9세 이하 어린이 중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으로 건강보험 치료를 청구한 건수는 최근 수년 새 3배 이상 급증하며 서울 전체 평균의 2배를 웃돌았습니다. 사회적 인식 확대로 자폐 스펙트럼과 ADHD 진원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과도한 경쟁 압박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무참히 갉아먹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 아이들을 치료할 의사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출생 여파와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인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중증 질환을 감당할 소아 전문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합니다. 소아정신과 진료실은 환자로 가득 차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의료 현장은 무너져가는 잔인한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4. AI 시대, 미래가 요구하는 진짜 ‘창조적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챗GPT가 시를 쓰고 AI 인형이 코딩을 하는 바야흐로 테크놀로지의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고 시장을 주도할 인재는 어떤 무기를 가져야 할까요? 단순한 지식 암기와 선행 학습형 인재는 가장 먼저 AI에 의해 대체될 것입니다. 천근아 교수가 제시하는 미래 창조적 인재의 핵심 역량은 지식이 아닌 '정서적 자산'에 있습니다.
| 아무튼 주말,조선일보 인터뷰 참조(26년 06월 21일) |
💡 부모가 아이에게 반드시 채워줘야 할 3대 정서 자산
정서적 안정감: "나는 어떤 모습이든 부모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다"라는 내면의 단단한 기둥입니다.
주도성과 탐구욕: 지식을 억지로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배우는 것은 즐거운 놀이다"라는 감각을 스스로 느끼는 것입니다.
회복 탄력성과 조절 능력: 실패와 좌절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시도하고 문제를 돌파해 내는 힘,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사회적 능력입니다.
이 3가지 능력이 영유아기에 튼튼하게 다져진 아이들이야말로 성인이 되었을 때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창의성과 회복 탄력성을 발휘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꿉니다.
📌 자녀의 연령별 교육을 위한 명의의 한 줄 조언
두 아들을 각기 다른 기질에 맞춰 훌륭하게 키워낸 워킹맘이기도 한 천 교수는 부모들에게 아주 현실적인 실천 매뉴얼을 제안합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께: 성적표의 숫자 대신 '아이가 짓는 표정'을 먼저 살피세요. 이 시기에는 학업 성취보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기 효능감, 건강한 친구 관계, 그리고 감정을 다스리는 자기 조절력이 평생을 버티는 훨씬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선행 학습을 시키더라도 아이가 끙끙대며 도전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선(6개월~1년 내외)까지만 시켜야 독이 되지 않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께: 아이가 부모의 말을 거부하고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것은 반항이나 엇나감이 아닙니다. 건강한 독립을 원하는 '성장의 신호'입니다. 이때는 부모의 잔소리와 말수를 과감히 줄이고, 그저 아이의 곁을 묵묵하고 정서적으로 든든하게 지켜주는 '정서적 안전판' 역할만 해주시면 됩니다.
📝 포스팅을 마치며
주식 투자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비결이 잦은 매매를 멈추고 좋은 종목을 믿고 기다리는 ‘엉덩이 무거운 장기 투자’에 있듯, 자녀 교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안감에 휩싸여 '4세 고시'에 아이를 밀어 넣고 매일 아이의 성취를 체크하며 다그치는 뇌동매매식 교육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천근아 교수의 긴 인터뷰에서 이 내용이 가슴을 울립니다. 잘 읽어 보세요.
Q:미래의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A:"(1)창의적이고(2) 힘든 여건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고, (3)동료와 둥글둥글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Ai가 아직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 영역까지 침투하지는 못했다. 시간 문제라고는 하지만,(4)무언가에 영혼을 불어넣는 건 결국 인간이죠. 길게 봤을 때 진정한 성취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유아기에 결정되는 것 같아요.(1)조절능력,(2)회복 탄력성,(3)자기 효능감이 다 그때 결정돼요.
BTS 슈가가 50억을 기부하며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처럼, 아이의 마음에 음악과 같은 정서적 연료를 가득 채워주세요. 70대 자산가처럼 느긋하고 단단한 믿음으로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곁을 지켜줄 때, 우리 아이들은 다가올 AI 시대에 가장 빛나는 창조적 거목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