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거장, 블라디미르 쿠시의 ‘에덴의 호두’를 나만의 색으로 그리다 – 아크릴화 제작 일지
1. 그림으로 향하는 마음
무의식의 깊은 세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블라디미르 쿠시(Vladimir Kush)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에덴의 호두(Eden’s Walnut)’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생명과 우주,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이미지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감정은 곧 붓을 잡고 싶은 욕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작품을 나만의 언어와 색으로 그려보고 싶다.’ 그렇게 제 캔버스 위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2. 생명의 상징, ‘에덴의 호두’를 해석하다
블라디미르 쿠시의 ‘에덴의 호두’는 생명의 시작, 우주의 구조, 존재의 근원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커다란 호두 안에 웅크린 두 인물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보이며, 생명의 기원을 암시합니다. 나뭇가지를 통해 우주와 연결되고, 잎사귀 하나하나에도 질서와 상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초현실주의를 넘어, 철학적 사유와 인간 내면의 본질에 대해 묻는 회화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그림을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3. 캔버스 위 여정 – 아크릴화 제작 과정
작업은 연필 스케치로 시작되었습니다. 블라디미르 쿠시의 원작을 옆에 두고, 화면의 중심선을 잡으며 구도와 형태를 하나씩 옮겨갔습니다. 처음엔 복잡한 형태를 단순하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고,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마음속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시간 같았습니다.
색을 입히는 순간, 그림은 조금씩 생명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작의 어두운 색조 대신, 핑크, 보라, 노랑, 초록이라는 밝고 명확한 색감을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색 배치가 아니라, 제 내면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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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포근함과 사랑을 상징하며, 나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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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는 상상력과 신비로움을 자극하는 색으로, 이 작품이 단순한 모작을 넘어 초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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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은 햇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기를 불어넣는 색입니다. 제게 그림은 ‘빛’이었고, 그 빛을 배경에 가득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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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치유와 균형, 자연을 상징합니다. 나무와 잎사귀에 이 색을 사용하며, 작업하는 동안 스스로가 치유받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호두 안의 인물은 작은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선과 형태이지만, 그 안에 ‘숨결’을 불어넣듯 집중해서 그렸습니다. 인물의 존재는 마치 내면의 자아처럼 느껴졌고, 화면을 마주하는 그 순간순간이 명상 같았습니다.
작업 중에는 수차례 색을 바꾸기도 했고, 형태를 고쳐 그리기도 했습니다. 때론 원작을 참고하며 다시 돌아가기도 했고, 때론 제 감정에 이끌려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저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치유와 창작의 여정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4. 완성된 ‘나만의 에덴’
완성된 그림은 원작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분위기는 더 밝고 따뜻하며, 색감은 더 감정적입니다. 호두 안 인물의 조형은 최대한 유지했지만, 배경과 식물의 배치에는 제 해석을 담았습니다. 나비와 달팽이, 멀리 보이는 건축물 등은 생명의 다양성과 움직임을 상징하는 요소로 넣어 보았습니다.
이 작업은 쿠시의 초현실 세계를 제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며, 제가 생각하는 ‘에덴’은 조금 더 열린 공간,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땅이었습니다.
5. 예술가로서의 한 걸음 – 그리고 앞으로
현재 저는 1년에 4회 이상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그림을 통해 제 세계를 조금씩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단순한 모작이 아닌, 나만의 시선과 색감으로 접근한 창작의 기록입니다.
7년 후에는 제 이름으로 ‘프로 작가’로 등단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그 여정을 이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에덴의 호두’는 그 길 위의 한 점이자, 제가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그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오늘도 저의 작품을 지켜봐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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